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국·미국 소비심리 둔화 속 달러 강세 지속

by 구프로 2025. 2. 8.

12월 들어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에 머물며, 연말 계절성 하락이 무색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연말 네고(달러 매도)와 당국 개입이 환율을 눌러주곤 했지만, 올해는 한국·미국 모두 소비심리가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 데다, 국내 정치 불안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쳐 원화 약세가 계속되는 분위기입니다. 수출기업들도 환율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심리로 네고 물량을 적극 내놓지 않아, 환율의 하락 동력이 부족합니다. FOMC가 매파적으로 해석되며 미 국채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이는 글로벌 달러 지수를 지지해 12월 환율 계절성이 작동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국·미국 소비심리 둔화 속 달러 강세 지속

1. 연말인데 떨어지지 않는 환율: 전일 흐름과 주요 이유

보통 연말이라 하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계절성’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유는 연말에 수출기업의 네고(달러 매도)가 몰린다거나, 당국이 연말 종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입 강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 12월에는 이런 전통적 패턴이 잘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라 눈길을 끕니다. 12월 말인데도 환율이 1,450원대에 계속 머물면서, “이거 정말 내려가긴 하는 거냐?”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예요.

전일 환율만 봐도 아침에 1,445원으로 출발했는데,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네고 물량이 한때 환율을 살짝 낮추려 했으나, 마침 중국 위안화가 또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동조 약세를 탔습니다. 결국 종가는 1,452원 선을 유지했고, 야간장에선 미국 12월 소비심리 둔화 소식으로 달러가 잠시 조정을 받았다 해도, 역외 시장에선 1,451원대를 호가하며 큰 변동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이쯤 되면 “원래 12월엔 환율이 좀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죠. 실제로 지난 10년간 12월엔 달러·원 환율이 전월 대비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글로벌 달러가 여전히 강세라는 게 문제고, 국내 정치·경제 환경이 불안정하니 국내 수급 면에서도 원화 매도(=달러 매수)가 우세한 분위기가 퍼져 있습니다. 그나마 당국이 상단을 억제하고, 국민연금 환 헤지 기대감이 일부 매물로 나오는 중이라, 1,460~1,470원 사이에서 간신히 ‘눈치 싸움’하는 형국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편, 2024년 12월이 끝나가면서도 전혀 산타랠리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뉴욕증시에서 소위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야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원화가 반사이익을 볼 텐데, 올해는 연준(Fed)이 매파적으로 해석된 뒤로 위험선호 자금이 시들해졌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죠. 게다가 중국 위안화가 계속 약세로 가면, 대중 무역 비중이 큰 한국 원화도 함께 흔들립니다. 이런 구조에서 전통적인 12월 하락 계절성이 무력해지고 있다는 게, 올해 환율 시장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소비심리 둔화와 국내 정치 불안: 원화 약세의 복합 요인

다음으로 살펴볼 건, 한국과 미국 모두 소비심리가 둔화했는데 왜 환율이 쉽게 안 내려가느냐입니다. 보통 ‘소비심리 둔화’는 경기 부진 신호라서 달러 같은 안전자산이 강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 금리인하 기대가 생겨 달러가 약세로 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경기 둔화 = 달러 약세” 공식이 잘 안 먹히는 모양새입니다.

  • 미국: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을 크게 하회했지만, FOMC가 매파적인 뉘앙스를 던진 이후로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어요. 그래서 국채금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달러가 지지를 받는 구도가 이어집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가능성이 나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를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죠.
  • 한국: 비상계엄과 정치 갈등, 국무위원 갈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12.3pt나 급락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라는 건,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원화 펀더멘털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경기가 좋으면 외국인도 투자하고 원화가 강세를 탈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원화가 약세로 굴러가버리는 구조인 거죠.

이처럼 두 나라 모두 소비심리가 둔화하는 상황인데, 그게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미국은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지는 쪽으로(=달러 강세), 한국은 정치·경기 불안이 지속되는 쪽으로(=원화 약세) 작용하다 보니, 달러·원 환율이 오르기 좋은 환경이 형성된다는 것이죠. 거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차익 실현하고 빠져나가면, 달러 매수세가 생겨 환율이 더욱 탄력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항상 100% 이렇게 움직인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당국이 상단을 누르면 하루아침에 5~10원씩 내려갈 수도 있고, 네고(수출 달러 매도)가 대규모로 나오면 단기간 급락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전반적 방향성을 보면, 원화 쪽 불안이 더 커서 ‘약 원화 vs. 강 달러’ 구도가 한동안 유지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는 게 시장의 시각입니다.

3. 2024년 12월 계절성 예외?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만드는 변수

이제 이 글의 핵심 주제인 ‘연말 계절성’ 문제로 돌아가 보죠. 보통 12월에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이유로는,

  • 수출기업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달러를 팔고(네고),
  • 외국계 금융기관이 포지션을 정리하며 달러 매도가 늘어나고,
  • 연말 종가 관리를 위해 당국이 나서 환율을 억제하는 등

여러 가지가 꼽힙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계절성이 예외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에요. 왜냐하면 글로벌 달러가 여전히 강세이고, 한국 내부 수급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글로벌 달러 강세는 매파적 FOMC가 결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금리인하 기대가 꺾이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올라갔고(=달러 매력도 상승), 유럽이나 영국, 일본 등이 달러 대비 약세라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더 강해지고 있죠. 예년에는 산타랠리나 위험선호 분위기가 살아나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모멘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수출기업들 입장에서, 환율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라면, 굳이 서둘러 네고 물량을 내놓지 않을 수 있죠. 수출기업들이 “더 오르겠지, 천천히 팔자”라고 생각하면 시장에 달러 매물이 많지 않아, 환율이 내려갈 힘이 부족해집니다. 당국도 환율 상방을 무제한으로 억제하기에는 힘이 부치고, 결국 ‘큰 폭 하락’보다는 ‘상승 쪽으로 기운 횡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들 합니다.

이처럼 전례 없는 흐름이 형성되면서, 10년 평균 0.6% 상승에 그치던 12월 환율이 올해는 훨씬 더 큰 상승폭을 보이거나, 고점을 경신하는 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벌써부터 1,470원은 물론, 경우에 따라 1,480원도 넘어설 수 있지 않겠냐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주 낙담만 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예컨대, 만약 미국 경기가 갑작스레 둔화해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리면, 달러/원 환율은 또 빠르게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혹은 국민연금에서 대규모로 환 헤지 물량이 나와도, 단기 급락은 충분히 가능하죠. 다만 지금으로선 그 시나리오가 강력하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은 “12월 연말이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