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연말 한산한 거래와 얇은 호가 속에서 고점을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전일 종가는 1,464.8원으로 올랐고, 야간장에서는 한때 1,470원을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정치 불안과 글로벌 달러 강세, 일본 엔화 약세가 원화에 부담을 더해 상방 리스크가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12월 들어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며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설령 당국 개입이나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으로 상단이 제한되더라도, 트럼프 2기 무역 정책과 연준 매파 기조, 그리고 한국 수급 부담이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1. 한산한 거래 속 환율 급등: 전일과 야간장 흐름 정리
요즘 환율 시장을 보면, “어, 또 올랐나?” 하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특히 12월 말이 되면서 거래량이 얇아지고 호가가 한산해지니까, 작은 매수·매도에도 환율이 휘청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전일에도 아침에 달러/원 환율이 소폭 하락 출발(1,455.2원)하면서 “이제 조금 진정되나?” 싶었지만, 장중에 빠르게 상승 흐름을 탔습니다. 외환당국 개입 경계가 있긴 했으나, 국내 정치 불안 이슈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려 결국 종가는 1,464.8원으로 마감했죠.
그뿐 아니라, 야간장에서는 일본 엔화 약세와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때 환율이 1,470원 선까지 치솟았다고 해요. 보통 연말에는 시장 유동성이 줄어든다 보니, 환율이 한 번 방향성을 잡으면 작은 수급에도 크게 움직이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역외 NDF 시장에서도 전일 종가 대비 3.65원 오른 1,467.0원으로 호가가 마감되었다고 하니, 한국 시장이 휴장하는 틈을 타서라도 달러 매수세가 이어진 셈이죠.
이게 중요한 이유는, 지금 달러/원 환율이 이미 1,460원대를 넘어섰다는 데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 구간을 “부담스러운 고점”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은데, 별다른 하락 재료가 없다면 1,470원이 다음 저항선이 된다는 거예요. 다만 당국 개입 경계나 국민연금 환 헤지 기대가 크다 보니, 환율이 단숨에 1,480원 이상 뛰어오르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상승 기조가 사그라지지 않으니 투자자나 수출·수입 기업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일본 엔화가 약세로 기울 때 원화도 종종 동조약세를 보인다는 점이에요. 어제 야간장 환율 흐름에도 이 패턴이 그대로 나타났죠. 물론 엔화와 원화가 똑같은 경로로만 움직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 통화 전반이 달러 강세에 밀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원화도 같이 흔들린다는 겁니다. 설령 미 달러화가 잠시 쉬어가도, 국내 정치 리스크나 수급 부담으로 인해 환율이 쉽게 내려가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 전반적인 상방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2. 정치 불안·글로벌 달러 강세: 환율 상방 요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환율이 고점을 높이는 배경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크게 보면, 국내 정치 불안과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두 축이 맞물려 원화에 추가 약세 압력을 주고 있다고 많이들 지적합니다.
- 국내 정치 불안
- 최근 탄핵안 표결과 대통령 권한대행 문제, 국무위원 간 갈등 등으로 정국이 제대로 안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 정치가 불안정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엔 투자하긴 꺼려진다”는 판단을 내리기 쉽죠. 이런 심리는 곧 원화 자산 매도로 이어지며, 달러 매수가 발생해 환율이 오르게 만듭니다.
- 특히 연말연초엔 거래량이 많지 않아, 외국인이 조금만 매도 물량을 던져도 환율이 뚝뚝 튀어오르는 ‘저유동성’ 장세가 이어집니다.
- 글로벌 달러 강세
- “달러가 특별히 강하다”는 건,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 대비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거나, 미국 연준(Fed)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정책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도 대두되겠죠. 그럴 경우 한국 같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통화는 약세로 굴러떨어질 공산이 큽니다.
- 최근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4.6%대로 올랐다는 소식은 달러 투자 매력을 높이는 재료고, 다른 주요 통화인 유로화·파운드화도 여러 이슈로 달러 대비 약세 기조여서, ‘강달러’가 유지되는 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국내 수급 부담까지 더해져 “원화 약세→환율 상승” 흐름이 좀처럼 멈추지 않습니다. 전일 외국인 주식 순매도 소식도 들렸고, 중국 위안화가 약세면 한국 원화도 흔들리는 패턴이 자주 관찰됩니다. 물론 당국 개입이나 국민연금 환 헤지 등 하락 재료도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죠.
한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시절엔 위기 공포가 극도로 커 ‘모든 통화가 달러화로 몰리던 때’였는데, 지금은 한국 정치 불안과 경기 우려, 미국 예외주의, 그리고 저유동성이 겹친 결과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과거와는 다른 패턴을 보여도, 어쨌든 원화에 부담이 큰 건 분명해 보입니다.
3. 2009년 이후 최고치? 한국 원화가 디스카운트 받는 이유
마지막으로, ‘2009년 이후 최고치’라는 문구가 계속 나오는데, 사실 그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강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전 세계가 깊은 공포에 빠져 있고, 한국도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환율이 1,570원, 1,600원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던 기억이 나실 텐데요. 요즘은 그런 극단적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원화가 과도하게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비슷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디스카운트’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통화의 가치가 부당하게(?) 낮게 책정되고 있다는 뜻이죠. 이건 경제·정치·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 평가인데, 지금 시장 흐름을 보면,
- 정치 리스크: 탄핵 정국과 권한대행 체제, 국무위원 갈등 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큼.
- 경제 리스크: 국내 경기 둔화, 특히 수출이 장기적으로나마 둔화될 거라는 시각이 힘을 얻는 중.
- 대외 리스크: 트럼프 2기 행정부 무역정책으로 한국 수출기업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커짐.
- 글로벌 환시 흐름: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엔화·위안화 약세 등 동아시아 통화 전체가 밀리고 달러가 독주하는 구조.등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원화가 1,470원, 1,480원 심지어 1,500원 수준까지 뚫고 오르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극단적 전망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환율이 갑자기 확 튀면, 당국이 강하게 개입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크죠. 하지만 장기적으론, 한국이 단순히 개입만으로 환율을 낮출 수는 없고, 결국 정치 안정 + 경기 회복 + 무역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에요.
앞으로 2025년에도 이런 원화 약세 흐름이 쉽게 바뀔 수 있나 하면, 많은 전문가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금리인하 속도를 크게 줄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확대와 함께 무역 압박을 유지한다면, 달러는 여전히 강세일 가능성이 높고, 원화는 추가 디스카운트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거죠. 물론 돌발 호재가 터져서 한국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지표가 대폭 개선되면 환율이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그 시나리오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리하자면, “예전처럼 금융위기급의 극단 상황은 아니지만, 원화는 상당히 약세”라는 분석이 시장에서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이 약세는 미국과 한국 간 경제·금리 차이, 중국·일본 통화와 동조 현상, 그리고 국내 정치 리스크 등으로 인해 당분간 쉽게 변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죠. 환율 시장 참여자나 환리스크를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유연하게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게 꼭 필요하겠습니다.